내가 행복한 이유 - 그렉 이건
2024-08-21
내가 행복한 이유 - 그렉 이건
‘겨울 서점’의 추천으로 읽은 그렉이건의 첫 번째 SF 소설이다. 여러 개의 작은 단편소설들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깊은 고민을 일으키는 책이다.
입대 후 훈련소 기간 읽은 책이기 때문에 분대원들과 돌아가며 읽었다. 서로 감상을 공유하고 저자가 제시하는 논쟁점에 함께 서면서 더 다양한 각도에서 책을 조명할 수 있었다.
여러 에피소드마다 주제나 소재가 다르긴 하지만 그렉이건이 주로 다루는 소재는 ‘인간의 인지’이다. 우리는 신경망 연구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패턴을 인식하고 학습하는지 규명하고 있다. 이를 모방한 AI를 설계하기도 하고 호르몬과 전기자극을 통해 사람의 인식 자체를 왜곡하기도 한다. 이런 현 시점에서 그렉이건은 과연 인간의 인식이 의미가 있는가 묻는다. 인간이 느끼고 열망하고 가치있다고 말하는 것들이 전기 자극의 조합일 뿐이라면 그 물리적 실체에 더이상 어떤 가치가 남아있는가. 이제 인간 실존에 의미는 없다.
그렉이건은 이런 가정에 우리가 느끼는 불쾌함을 기가 막히게 꼬집는 작가다. 그가 연출한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특이성이 짓밟히는 광경을 보노라면 속에서 구역질이 솟는 기분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가 아니라 ‘굳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로 말이다. 인간이 살면서 평생 지켜야 할 가치의 후보를 찾아봐도 몇 번의 질문 뒤엔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제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후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답을 하나 정해야 한다. 아닌줄 알지만 적당히 그렇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살아가면 된 것이다.